무주 덕유산을 곤도라를 타고 방문하는 방법을 택하였다면 향적봉에는 꼭 방문하시길 추천한다. 설천봉은 곤도라를 타고 내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더 이상 크게 할 것이 없다. 무주 덕유산 설천봉을 곤도라로 쉽게 왔다면 향적봉까지는 올라야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거기다 설천봉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오르는데 조금 힘들더라도 추천하는 것이다.
무주 덕유산 곤도라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마주 보는 곳에 있는 상제루 쉼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언덕 위에 있는 쉼터는 돌로 만든 계단, 돌로 만든 벽 위에 우뚝 솟아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쉼터에 먼저 들러볼까 했지만 쉼터라면 뭐라도 하고 와서 들러야 더 쉬는 맛이 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바로 향적봉 가는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향적봉으로 가는길은 쌍제루쉼터 아래에 나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온다. 넓은 길 끝에 계단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향적봉으로 가는 길의 입구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가기 위해선 예약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해진 관람 인원수보다 예약인원이 적은 경우에는 현장에서도 등록하여 향적봉으로 오를 수 있었다. 나는 예약을 했기 때문에 이름만 이야기하고 체크 후 계단을 오를 수 있었는데 뒤를 따라오던 다른 이들은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접수도 가능하여 접수하겠다는 말이 들렸다.
덕유산에 방문하기 전부터 미리 알아봤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이 오를 만한 거리일지, 난이도가 어떤지,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를 꼼꼼하게 보았더니 대부분 곤도라로 이곳을 방문하면 향적봉을 오른다는 사실과 아이와 함께 오를 정도라는 내용을 보았기에 미리 탐방로 예약까지 하며 이곳에 오게 되었다. 계단을 조금만 올랐는데도 아까 지나왔던 길이 한눈에 보인다. 겨울에 운영될 리프트와 내가 타고 온 곤도라가 있는 장소, 그리고 언덕 위 상제루 쉼터까지.
곤도라를 타기 전 아래 매표소에서는 왕복승차권만 파는 게 아니라 편도권의 금액도 안내하고 있었다. 이곳은 곤도라로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등산하는 사람들이 아래에서부터 이곳까지 올라와 내려갈 때는 곤도라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 향적봉을 오르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본 탐방로 안내문을 보니 설천봉과 향적봉은 지척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덕유산은 5,6월에 철쭉으로 유명하다고 하여 기대를 하였으나, 전날 찾아보니 올해는 철쭉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고 한다. 올라가는 길에 철쭉인지 원래 그런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아래를 향하고 있었는데 이런 자줏빛을 가진 꽃들은 꽤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시들한 꽃을 보니 제대로 된 철쭉은 보기 힘들겠다고, 꽃들이 이쁘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속으로 이미 포기했다.
중간에 산 아래를 감상할 수 있는 곳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잠시 보았는데, 저 아래 보이는 마을들이 까마득해보인다. 멀리 뿌연 것들이 가려서 조금은 갑갑하다. 어느 순간 미세먼지가 심하다 심하다 하더니만 저렇게 된 것이 흐린 날씨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몰라도 매번 어딘가를 여행할 때마다 깨끗한 풍경을 보기 힘들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은 오르막+계단으로 되어있다보니 향적봉을 오르는 길이 멀지는 않았지만 꽤 힘은 들었다. 중간중간 그늘이 있는 곳에서 쉬기도 하고, 땀도 흘리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름에 이곳에 오는 것은 추천하지 않겠다 ㅎㅎ
향적봉 주변은 돌이 많았다. 바닥도 돌로 되어있고 높지는 않아도 바위가 솟아있기도 하고 돌 주변으로는 나무로 울타리를 쳐 놓았는데 마치 제주도 산굼부리에서의 느낌이 조금 들었다. 산굼부리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울타리하며, 돌과 잔디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향적봉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 같았고 산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때 향적봉 위에서 감상한다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초록한 싱그러움을 마음껏 뽐내는 향적봉 주변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게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그런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을 거다. 나지막한 풀들이 펼쳐져 있어서 보기가 더 좋았다.
향적봉에 오르는 길에 흘렸던 땀을 식히고, 쿵쾅거리던 심장도 안정을 찾고 주변도 감상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서 하산을 한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조금 더 이곳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겠지.
하산하는 길에 지나쳐왔던 곤도라승차장 주변을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보았던 것에 반가움을 느낀다는 것. 사람은 다시 보았을 때 반갑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자연은 늘 반가움만 주는 것 같다.
올라오는 길에도 잠시 보았었던 주목나무. 주목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고 한다. 죽어서도 썩지않고 천 년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긴 세월을 한자리를 지킬 수 있는 나무들이 경이롭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뭐가 필요할까하고 의문을 거둔다.
향적봉에서 하산하여 다시 이곳, 설천봉에 도착했다. 이제는 쌍제루 쉼터도 방문하고 음료도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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