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기 힘들어도 괜찮아 - 영주의 부석사에서

안동, 전주는 예스러운 것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인데 영주 또한 못지않은 곳이다. 세 곳은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닌 모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각기 매력은 완전히 상반된 곳이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전주라면, 안동은 그보다는 조금 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고 영주는 그 두 지역보다 좀 더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는 장소라 느껴졌다. 

 

 

 

 

 

경상북도 영주시는 안동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다. 사실 이곳에 방문한 것은 '영주'에 오려는 목적보다 '부석사'에 가기 위해서였다. 비록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유명한 책 제목을 알고 있었고 그 무량수전이 어디에 있나 했더니 그곳이 부석사였으며, 부석사가 어느지역에 속하는가 보았더니 바로 영주에 있는 것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부석사는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지를 알게해줄 만큼 커다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이 넓고 커서 주차하기가 쉽다는 생각은 하였으나 부석사가 처음인 나로서는 앞으로의 고난은 이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부석사로 향하는 길에 영주 특산물을 여러가지 판매하는 상인들을 지나 부석사로 계속 향했다. 이제껏 가는 길이 험난했던 절은 가보지 못했던 터라 절이 조금 머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이제는 오르막을 제대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오르막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에 이렇게 사과즙을 판매하는 다른 상인 한 분을 더 만났다. 저 아래에 있는 곳이 아니고 이 위에서 혼자 파시면 장사가 잘 되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쳐왔다.

 

 

 

 

오르막을 오르는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른 절을 가면 평지인데 멀거나 언덕이라도 금방 도착하곤 했는데 부석사는 오를수록 이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오르고 또 올랐다. 완연한 여름이 아닌데도 이 날따라 날이 더워서 오르막을 오른다는 사실만으로 힘든 게 아니라 더위 때문에 지쳤다. 더군다나 나는 누구보다도 체력점수가 빵점인 사람이라 쉽게 지치고 쉽게 힘들어한다.

 

거기다 갱년기로 매일같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엄마도 이제는 더 못가겠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를 보니 내가 좀 더 잘 찾아봤어야 하는데.. 후회도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드디어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안도감이 든다. 드디어 도착했다. 맨 처음 마주한 건물의 이름은 모르겠으나 그 건물의 툇마루에 그늘이 져있었다. 엄마는 이곳에서 쉬기로 했다. 더 이상은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늘에서 엄마가 잠시 쉬도록 두고 무량수전을 향해 계속 올라갔다.

 

 

 

 

거의 끝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높은데를 올라가니 이제야 마주했다.

반갑다 무량수전아. 드디어 보는구나. 너의 배흘림기둥을 꼭 보고 가는 게 내가 이곳 영주까지 온 목표였어!

 

 

 

 

무량수전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무량수전을 등지고 부석사 아래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탄하며 잠시 머물렀다. 땡볕만 아니면 더 길게 시간을 보내고 갔을 텐데 그나마 한여름에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때문에 '부석사에선 무량수전을 보면 다 본 것'이라는 착각을 했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드디어 보았노라 속으로 외치며 아주 만족하면서 부석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부석사를 다녀온 후 알게 되었다. 무량수전 안에 '소조여래좌상'이라는 국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찍어놓았던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니 안내문에 소조여래좌상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것을 뒤늦게 찾았다. 무량수전을 내 눈으로 보게 된 기쁨에 다른 안내문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아 국보를 못 보고 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제와 부석사를 이야기할때면 사과즙을 빼놓을 수 없다. 부석사를 올라가는 길에 이곳에서 혼자 사과즙을 파는 상인을 보고 잘 팔릴까 의문을 가지며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에 그 집에서 사과즙을 사 먹었었다. 그런데 500원짜리 사과즙이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는지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먹는 달콤하고 시원한 사과즙!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다.

 

부석사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두가지는 바로 소조여래좌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사과즙으로 목을 축이라는 것이다.